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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 1310호 창동빈첸시오회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거동 못하는 아내 돌보는 이창문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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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테레사 댓글 0건 조회 1,078회 작성일 15-04-2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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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거동 못하는 아내 돌보는 이창문 할아버지

큰아들 사업 실패로 전재산 잃고 큰아들 난치병 투병 중

백발의 아내는 허름한 침대에 힘없이 누워있었다. 이창문(스테파노, 80) 할아버지는 침대 곁을 지키고 있었다. 날씨가 쌀쌀했지만, 난방은 하지 않는 듯했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집은 ‘다 쓰러져가는 집’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만큼 초라했다. 낡을 대로 낡은 부엌 찬장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기울어 있었고, 벽은 군데군데 틈이 있어 외풍이 심했다.

아내 조영자(로사, 78) 할머니는 8년 전 척추 수술을 한 후 거동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이 할아버지는 7년 동안 아내를 홀로 간호했다. 지난해부터 요양보호사가 방문해 하루 4시간씩 할머니를 돌봐줘 조금 숨통이 트였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이렇게 가난하진 않았다.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한 번 안 하고 살았다. 본당 빈첸시오회에서 활동하면서 가난한 이들도 많이 도왔다. 하지만 큰아들이 계속해서 사업에 실패하면서 집안이 몰락했다. 큰 형의 빚을 메꾸느라 둘째ㆍ셋째 아들은 신용불량자가 됐고, 이 할아버지 부부도 빈털터리가 됐다.

큰며느리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10년 전 집을 나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큰아들은 온몸이 곪아 터지는 난치병에 걸려 수차례 수술을 받고, 병원 생활을 하고 있다. 이 할아버지는 “큰아들이 술이나 도박에 빠져서 사업이 망했으면 미울 텐데,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노력하다가 저렇게 돼 안타깝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할아버지 부부는 정말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권자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두 사람의 노령연금을 합친 36만 원과 이 할아버지가 틈틈이 소일해 버는 돈을 합친 50여만 원이 한 달 수입이다.

원망스러운 큰아들이지만 힘겹게 투병을 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밀려 있는 큰아들의 병원비만 2000만 원 가까이 된다. 워낙 상태가 중해 치료를 중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부부의 생계를 이어가기도 힘든 상황에서 아들의 치료비를 마련할 방법이 없다. 신용불량자인 나머지 아들들도 도움을 줄 형편이 안 된다.

이 할아버지는 “본당에서 열심히 봉사하던 내가 이런 형편이 된 게 부끄러워서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힘들다고 하소연도 못 했다”면서 “주님께서 나중에 더 큰 은총을 주시려고 우리 가족에게 이런 시련과 고통을 주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들다”고 또 한 번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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