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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 1151호 : 제15대 교구회장 황영건 디모테오 회장님 부부 : 생전 약속대로 주검 가톨릭대 의과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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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테레사 댓글 0건 조회 1,424회 작성일 12-02-2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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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신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황영건, 채수란씨 부부의 10년 전 모습. 


2012. 01. 22발행 [1151호] 
 
 
모두 내놓고 하늘나라에 들다
평생을 봉사로 살아온 황영건·채수란씨 부부

생전 약속대로 주검 가톨릭대 의과대에 기증



  "봉사는 부모님의 삶 그 자체였습니다. 공장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행려인들을 데려다 씻기시는 모습이 자연스러웠으니까요."

 황경숙(리타, 45)씨는 평생 소외된 이웃을 찾아다니며 사랑을 실천한 것도 모자라 시신까지 기증하고 선종한 부모의 삶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의 어머니 채수란(데레사, 74)씨는 지난해 5월 선종했다. 33년간 해군 군무원으로 근무한 아버지 황영건(디모테오, 74, 서울 서초동본당)씨도 몇 년간 치매를 앓다 3일 뇌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 모두 생전에 약속한 대로 시신을 가톨릭대 의과대학에 기증했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

 황씨 부부가 평생 마음에 품어온 성경구절이다. 가톨릭 신자인 아내와 결혼하면서 자연스럽게 입교한 황씨는 월급봉투 한번 그대로 가져온 적이 없을 정도로 내어주는 삶을 살았다. 부부는 집 근처 모자공장에서 일하는 학생들에게 밤마다 국어와 수학, 사회를 가르치고 주말에는 병원에 입원한 행려인들을 찾아가 돌봤다.

 황씨는 고 선우경식(요셉) 요셉의원 원장과 함께 20년간 가난한 판자촌을 찾아다니며 천막을 치고 의료봉사를 했다. 그는 선우 원장과 의대생들이 진료하는 동안 환자들에게 약을 나눠주는 등 허드렛일을 도맡았다.

 서울 서초동본당 빈첸시오회 발족에 중추 역할을 한 그는 판자촌 곳곳을 찾아다니며 밥을 굶는 사람은 없는지, 난방이 안 돼 추위에 떠는 사람은 없는지 늘 살폈다. 쌀과 연탄을 나르는 건 황씨 부부의 일상이었다.

 황씨와 오랫동안 봉사해온 최경출(아우구스티노, 74, 서초동본당 전 연령회장)씨는 "한평생 불우이웃을 위해 살아온 사람"이라며 "길을 가다가도 쓰러져 있는 행려인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요셉의원 한동호(베네딕토) 사무국장은 "언젠가 봉사상 상금을 받아오셨는데 '내가 받을 게 아니다'며 그걸 요셉의원에 내놓으셨다"며 "행려인들에 대한 사랑이 특별했던 분"이라고 기억했다.

 딸 황경숙씨는 "부모님께 봉사활동은 밥먹고 잠자는 것처럼 자연스런 일상이었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이웃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신 부모님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성 그레고리오 대교황은 말했다. "선한 이들의 삶은 성경의 살아 있는 해설"이라고.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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