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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1275호) 송천동빈첸시오\"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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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테레사 댓글 0건 조회 984회 작성일 15-04-0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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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칸방에서 세 아이와 함께 사는 벨로씨(오른쪽)가 후견인 오교민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세 자녀 힘겹게 키우는 필리핀 출신 여성 펠리파 벨로씨

곰팡이 핀 단칸방에 눈물 젖은 라면


펠리파 벨로(46)씨의 집은 무척 좁았다. 단칸방에 작은 부엌, 좁디좁은 화장실이 전부였다. 곳곳에 곰팡이가 슬어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작은 단칸방에 벨로씨와 학교를 다녀온 세 아이가 앉아 있었다.
필리핀 출신인 벨로씨가 한국에 온 건 2001년. 한국인 남편을 만나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며 정든 고향을 떠났지만 한국생활은 생각처럼 행복하지 않았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남편은 매일 같이 술을 마셨고, 2007년 어린 세 아이를 남겨두고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남편이 떠나자 앞길이 막막했다. 일자리를 구하려 했지만 시골에서는 벨로씨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3년 전 집을 정리하고 무작정 서울로 왔다. 반지하 단칸방 전셋집을 구하자 수중에 남은 돈이 없었다.

세 아이를 키우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자리를 구했다. 어린이 집 주방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공장을 다니기도 했다. 한국어가 서툴러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다. 또 어린 막내 아들(8살)을 돌봐야 해 늦게까지 일을 할 수 없었다.

쌀 살 돈이 없어 아이들과 하루 세끼를 라면으로 때운 적도 있다. 지금은 한부모가정 지원금을 받아 조금은 사정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한 달 수입은 60여만 원에 불과하다. 시골에 남편 명의로 돼 있던 땅이 있어 기초생활수급자 지정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땅을 관리하는 시집 식구들은 경제적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

벨로씨의 친정 엄마는 “고생 그만하고 아이들 데리고 필리핀으로 돌아오라”고 하지만 한국에서 겨우 적응하고 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떠나기가 망설여진다. 언어도 문화도 다른 필리핀에서 아이들이 겪을 어려움과 혼란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학원 한 번 못 다녀본 아이들은 수업을 마치면 좁은 단칸방으로 돌아와 시간을 보낸다. 늘 형편이 어려워 맛있는 반찬 한 번 해주지 못했다.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아이들만 보면 벨로씨 가슴은 미어진다.

벨로씨는 “엄마가 힘든 걸 알고 묵묵히 참아주는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면서 “방 두 칸짜리 집으로 이사해 곧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들에게 방을 마련해주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 후견인 오교민 부회장 



▨후견인 / 오교민 부회장

(바오로, 서울 송천동본당 빈첸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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