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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 1292호 : 서원동빈첸시오 \"사랑이피어나는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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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테레사 댓글 0건 조회 934회 작성일 15-04-0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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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김옥숙씨

간암으로 생활고, 아들들도 외면해 힘겹게 투병 중


20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작은 월세방에서 만난 김옥숙(66)씨는 지쳐 보였다. 거뭇한 피부, 몇 개 남지 않은 치아, 부스스한 머리. 벽에 걸린 젊을 적 사진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간암이래요. 치료를 받고 있긴 한데 조금만 걸어도 힘들어서 다리가 후들거려요.”

만성 간염을 앓아 왔던 김씨는 3년 전 간경화 진단을 받았다. 가사도우미도 그때 그만뒀다. 혼자 살다 보니 몸을 제대로 돌볼 수 없었다. 결국 간경화는 암으로 악화하고 말았다.

병원에서 암 선고를 받은 때는 9월. 현재 김씨는 암 덩이가 더는 자라지 못하게 하는 시술을 받고 있다. 9번 중 2번 시술받았지만 100만 원이 넘는 치료비는 김씨가 감당하기 힘든 액수였다.

“정부 지원금이랑 친구에게 빌린 돈으로 겨우 치료비를 해결했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에요. 나이 먹고 이렇게 살게 될 줄 정말 몰랐어요. 죽지 못해 사는 거죠.”

김씨의 수입은 구청지원금 20만 원과 서원동본당 빈첸시오회에서 지원하는 10만 원이 전부다. 그나마 가사도우미 하며 모은 돈도 그간 간경화 약값으로 모두 써버렸다.

밀린 월세와 공과금은 김씨의 또 다른 걱정거리다. 김씨는 전에 살던 집에서도 월세를 내지 못해 쫓겨나 거리에 나앉을 뻔했다. 다행히 구청 도움으로 겨우 지금 집을 구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현관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리면 심장이 쿵쾅거려요. 집주인이 찾아올까 봐요. 지금 두 달 치 월세 60만 원을 밀렸는데 낼 길이 없어요. 10만 원이 꼭 100만 원 같네요.”

김씨에게는 아들이 둘 있지만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얼마 전 병원 사회복지사가 아들들에게 연락해 김씨의 암 투병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둘 중 누구도 김씨에게 찾아오거나 연락하지 않았다.

“전에는 아들들이 괘씸하고 원망스러웠어요. 근데 병을 얻고 마음을 비우니까 다 용서가 되더라고요. 제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어요. 돈을 떠나서 아들, 손주들 얼굴 한 번만 봤으면 좋겠어요.”

절망에 빠져 있는 김씨의 손을 잡아 준 것은 서원동본당 빈첸시오회 회원들이었다. 회원들은 간암 합병증으로 당뇨를 앓고 있는 김씨를 위해 밥과 반찬을 지어주고 손을 잡고 기도해줬다. 이런 관심과 사랑에 감동한 김씨는 세례를 받기로 했다.

“처음 본 사람한테 이렇게 잘해 줄 수 있나 싶어요. 성당 사람들한테 매우 고맙고 미안합니다. 몸만 허락한다면 성당에서 봉사하면서 은혜받은 것 갚고 싶어요.”

백슬기 기자 jda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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