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세워주는(2024.063.27)
페이지 정보
작성자 사무국 댓글 0건 조회 79회 작성일 24-06-27 09:39본문
목요일은 용서의 날입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를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뒷산의 길섶에 작은 산초나무가 꺾여있었습니다. 무엇인가가 지나가다가 나무를 부러뜨렸을 것입니다. 가지가 부러졌는데도 아직 잎은 시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지를 세우고 줄로 매주었습니다. 나무의 줄기가 부러졌다해도 바로 죽지 않습니다. 줄기를 세워주고 줄기를 세워주면 다시 물과 양분이 올라와 살 수 있습니다. 나무가 부러졌을 때, 더 세워주지 않고 돌보지 않으면 얼마 있지 않아서 나무가 죽게 되어있습니다.
부러진 나무 줄기를 세워주는가? 부러진 나무가 스스로 일어설 수 없습니다. 부러진 나무는 누군가가 세워주어야 합니다. 부러진 나무 줄기를 세워주듯이, 사람의 상심과 아픔을 보듬어주고 회복하고 건강해지도록 도와 주어야 합니다. 부러진 나무는 스스로 일어설 수 없습니다. 아픔과 상처와 고통과 절망 속에 있는 이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도 스스로 일어설 수 없습니다.
"왜 너는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느냐? 왜 이토록 도와주었는데도 그런 꼴이냐?"
실은 우리가 나무를 세워줄 수 있는 것은 그냥 세우는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부러진 부위를 맞추어야 하고, 부러진 부위가 틈새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고, 또 그것을 매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나무의 조직이 연결되고, 껍질, 외피를 통해서 물과 양분이 전달되어 나무가 제 모습을 갖출 수 있고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용서에 관해서. 상처와 아픔, 절망과 좌절 속에 있는 이는 가지가 부러진 나무와 같습니다. 용서하고 또 용서 받는다는 것은 용서하는 사람이나 용서받는 사람. 곧 죄에 대한 용서받을 권리가 있는 곧 채권자, 또한 용서를 청해야 할 의무가 있는 곧 채권자, 양편이 다사람에게 하느님께 묶여있습니다.
용서받을 사람은 상대를 용서해 주어야 하고, 용서를 청할 사람은 상대에게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용서를 해주고, 그는 또한 용서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 용서를 주고 받음에서 '용서'가 이루어집니다. 용서할 당사자인 내가 용서하지 않하거나 못할 때, 용서를 청할 그가 용서를 청하지 않거나 용서를 잊을 때,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직 용서해야 할 사람이나 용서를 청해야 하는 사람, 모두 온전하거나 건강하지 않습니다. 아직 부러진 가지가 부러진 상태로 남아있는 것과 같습니다. 아직 가지와 잎은 살아있는 것 같으나, 얼마 있다가는 잎도 시들과 결국 가지도 마르고 썪게 됩니다.
물론 용서를 청하고 용서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먼저 그 상대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왜냐면 그를 아프고 고통스럽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채무자이기에 그 채무를 갚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 채무자가 오만하고 방자하고 거짓과 불의함으로 용서를 청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용서해 주는 나, 책권자인 나는 괴로움이 있습니다. 아픔이 사라지지 않은 채로 있습니다. 이럴 때는 내가 용서하지 않은 것에 대한 자격지심이나 용서하지 않은 부끄러운 의식을 가질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 앞에서 기다릴 때고, 기도할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기 바랍니다. 용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용서의 때를 기다리는, 오히려 그는 기도하는 겸손한 시간입니다.
어쨓든, 용서해 주어야 할 사람, 용서를 청해야 하는 사람. 양편이 서로 함께, 나무 가지가 바르게 맞추어지듯이, 그리고 함께 굳건하게 묶임으로 붙어있는 온전한 모습이 될 때, 그 때 용서가 이루어집니다.
목요일은 용서의 날입니다. 부러진 가지가 접합되어 하나가 되든, 우리의 서로 주고받은 아픔과 상처가 접합이 되어 서로 용서하고 용서 받는 자. 그 일꾼들이 되게 하소서. 성령께서 말씀하시고 탄식하시며 기도하시어 어찌 기도할 줄 모르는 저희들을 위해서 기도하시니, 주님 서로 용서하고 용서받는 제자들이 되게 하소서.
이재을 신부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