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박스 의지해 한파 날 생각에 아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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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댓글 0건 조회 595회 작성일 17-02-08 16:56본문
▲ 서울 녹번동본당 빈첸시오회 회원들이 차녹연 할머니 집을 방문해 돌보고 있다.
차녹연(아기 예수의 데레사, 88) 할머니는 햇볕 드는 날엔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한기를 녹일 수 있어서다.
담벼락 곳곳에 휘갈겨진 ‘철거’라는 시뻘건 글씨가 스산함을 더한다. 시장통 골목을 돌고 돌아 다다른 막다른 골목. 서울 녹번동본당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회원들이 합창하듯 “자매님!” “소화 데레사 자매님!”을 연신 외친다. 한참 있다 지하 창문 틈새로 희미하게나마 반응이 새어나온다. 신자들은 한껏 허리를 낮춰 계단을 내려간다. 짜깁기한 흔적이 역력한 허름한 장판은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마저도 본당 빈첸시오회 김현준(요한 사도) 회장이 자비를 들여 마련해 준 월세 30만 원짜리 임시 거처다.
“어느 날인가, 새벽에 골조만 올린 채 공사가 중단된 건물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어요.” 몇 해 전 차 할머니를 발견한 본당 빈첸시오회 회원들은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충격이 가시질 않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가출 청소년들이 머무는 일탈의 장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나온 사람은 페트병을 든 차 할머니였다. 왠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어두컴컴한 공사장 바닥에는 박스 몇 장이 깔려 있었다. 살을 에는 추위에 전기장판은 고사하고 스티로폼조차 깔지 못한 채 박스에 지친 몸을 의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 할머니는 옆 건물 화장실에서 페트병에 물을 담아 식수를 해결하며 살고 있었다. 차 할머니는 겨울이 되면서 행여나 수도관이 동파될까 봐 페트병 가득가득 물을 담아 놨다.
차 할머니는 마흔한 살에 남편을 떠나보냈다. 그리곤 아들만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파출부, 빌딩 청소부, 식당 허드렛일, 농장과 공사판 노동자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하지만 차 할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아들의 일탈이었다. 일찍이 아버지를 잃은 충격으로 좀처럼 마음을 다잡지 못하던 아들은 변변한 직업 없이 방황하다 급기야 알코올 중독자로 전락해 버렸다. 차 할머니가 오롯이 생계를 책임져야만 했다. 안타깝게도 이마저도 오래 할 수가 없었다. 허리와 무릎 통증은 차 할머니의 희망을 앗아갔다.
차 할머니의 고정 수입은 기초노령연금 20여만 원이 전부다. 하지만 월세로 고스란히 빠져나간다. 부족한 10만 원은 본당 빈첸시오회 회원 등이 십시일반 지원해주는 돈으로 충당하며 수시로 지원해 주는 쌀과 각종 반찬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한겨울 난방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어딘 가에 살아 있을 일흔 넘은 아들 때문에 기초생활보호 대상자도 해당이 안 된다. 차 할머니는 요즘 좌불안석이다. 언제 월셋집이 헐릴지 모른다. 또다시 거리로 내몰릴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김영규 기자 hyena402@cpbc.co.kr
▨후견인 / 김현준(요한 사도) 서울대교구 녹번동본당 빈첸시오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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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녹연(아기 예수의 데레사, 88) 할머니는 햇볕 드는 날엔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한기를 녹일 수 있어서다.
담벼락 곳곳에 휘갈겨진 ‘철거’라는 시뻘건 글씨가 스산함을 더한다. 시장통 골목을 돌고 돌아 다다른 막다른 골목. 서울 녹번동본당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회원들이 합창하듯 “자매님!” “소화 데레사 자매님!”을 연신 외친다. 한참 있다 지하 창문 틈새로 희미하게나마 반응이 새어나온다. 신자들은 한껏 허리를 낮춰 계단을 내려간다. 짜깁기한 흔적이 역력한 허름한 장판은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마저도 본당 빈첸시오회 김현준(요한 사도) 회장이 자비를 들여 마련해 준 월세 30만 원짜리 임시 거처다.
“어느 날인가, 새벽에 골조만 올린 채 공사가 중단된 건물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어요.” 몇 해 전 차 할머니를 발견한 본당 빈첸시오회 회원들은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충격이 가시질 않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가출 청소년들이 머무는 일탈의 장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나온 사람은 페트병을 든 차 할머니였다. 왠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어두컴컴한 공사장 바닥에는 박스 몇 장이 깔려 있었다. 살을 에는 추위에 전기장판은 고사하고 스티로폼조차 깔지 못한 채 박스에 지친 몸을 의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 할머니는 옆 건물 화장실에서 페트병에 물을 담아 식수를 해결하며 살고 있었다. 차 할머니는 겨울이 되면서 행여나 수도관이 동파될까 봐 페트병 가득가득 물을 담아 놨다.
차 할머니는 마흔한 살에 남편을 떠나보냈다. 그리곤 아들만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파출부, 빌딩 청소부, 식당 허드렛일, 농장과 공사판 노동자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하지만 차 할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아들의 일탈이었다. 일찍이 아버지를 잃은 충격으로 좀처럼 마음을 다잡지 못하던 아들은 변변한 직업 없이 방황하다 급기야 알코올 중독자로 전락해 버렸다. 차 할머니가 오롯이 생계를 책임져야만 했다. 안타깝게도 이마저도 오래 할 수가 없었다. 허리와 무릎 통증은 차 할머니의 희망을 앗아갔다.
차 할머니의 고정 수입은 기초노령연금 20여만 원이 전부다. 하지만 월세로 고스란히 빠져나간다. 부족한 10만 원은 본당 빈첸시오회 회원 등이 십시일반 지원해주는 돈으로 충당하며 수시로 지원해 주는 쌀과 각종 반찬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한겨울 난방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어딘 가에 살아 있을 일흔 넘은 아들 때문에 기초생활보호 대상자도 해당이 안 된다. 차 할머니는 요즘 좌불안석이다. 언제 월셋집이 헐릴지 모른다. 또다시 거리로 내몰릴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김영규 기자 hyena402@cpbc.co.kr
▨후견인 / 김현준(요한 사도) 서울대교구 녹번동본당 빈첸시오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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