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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1319호] \"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지적장애 아들 돌보는 이수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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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테레사 댓글 0건 조회 993회 작성일 15-07-2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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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영씨가 아들 호인군의 숙제를 도와주고 있다. 반지하 방에는 한낮에도 햇빛이 들지 않아 불을 켜놓고 있어야 한다. 김유리 기자 

▲후견인 / 김옥화 율리아(서울 서원동본당 빈첸시오회장)

이수영씨는 불안한 상황에서 자녀 둘을 키우면서 지난 예수 부활 대축일에 자녀들과 함께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주님의 사랑이 아니면 의지할 곳 없는 안타까운 가정에 평화신문 독자 여러분의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의 반지하.

햇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좁은 집에 호인(안토니오, 중2)이와 엄마 이수영(가타리나, 38)씨가 있었다. 언뜻 봐서는 밝게만 보이는 호인이는 지적장애 3급. 한시라도 엄마가 신경을 쓰지 않으면 어떤 돌발행동을 보일지 모른다고 했다.

“아이들 아빠가 애들을 데려갈 때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거든요. 또래 아이들보다 지능이 약간 떨어질 뿐이었는데….”

22살 어린 나이에 결혼해 딸 정인(엘레이다, 고1)이와 아들 호인이를 낳은 이씨는 남편의 외도로 아이들이 초등학생 때 이혼했다. 전업주부였던 이씨 대신 남편이 아이들을 돌보겠다고 했다. 자녀들이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아빠와 지내고, 그동안 이씨는 차곡차곡 돈을 모아 함께 살 보금자리를 마련해 아이들을 데려올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 남편은 곧 재혼했고, 그때부터 새엄마와 아빠가 아이들을 학대했다고 한다.

“호인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발달이 조금 늦기 때문에 관심과 사랑이 더 필요한데, 아빠와 새엄마가 자주 화를 내고 주먹을 휘둘렀더라고요. 매운 것을 유독 못 먹는 아이한테 일부러 밥에 고추장만 비벼서 주고, 말을 듣지 않으면 베란다에 가둬놓았다고 해요. ‘말을 안 듣는다’면서요.”

그때만 생각하면 이씨는 지금도 죄책감에 시달린다. 자신이 돌봤으면 호인이가 장애 등급을 받을 만큼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씨는 아이들이 아빠 밑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바로 아이들을 데려왔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도저히 호인이를 돌볼 수 없었다.

“첫째가 제가 일을 하러 나가도 학교 다니는 데 크게 무리가 없었지만, 호인이는 온종일 제가 곁에 있어야 해요.”

회계사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경력을 쌓아가던 이씨는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엄마의 보살핌 속에서 언어 치료와 심리 치료를 받자 호인이는 눈에 띄게 상태가 좋아졌다. 이씨의 마음은 더 아팠다.

아이들을 데려온 지 4년째. 이씨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싶어도 호인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오후 시간부터는 집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직장 잡기가 쉽지 않다.

“호인이한테 들어가는 치료비만 한 달에 50만 원이에요. 가장 큰 지출이지만 다른 건 다 줄여도 이건 줄일 수가 없어요. 제가 안 먹고 안 입는 한이 있어도 호인이 치료는 계속 해야죠.”

어려서 부모를 잃은 이씨는 “부모님처럼 아이들을 일찍 떠나지 않고 오래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했다. 이씨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맺혔다.

김유리 기자 lucia@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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