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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피어나는곳에] 당뇨합병증 앓는 할머니, 손녀들과 당장 생계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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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댓글 0건 조회 74회 작성일 22-08-1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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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피어나는곳에] 당뇨합병증 앓는 할머니, 손녀들과 당장 생계 ‘막막’

며느리 죽고 아들마저 집 나가버려시력 악화에도 봉제 일 놓지 못해 중학생 손녀, 심장판막증 증세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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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수유1동 빈첸시오회에서 받은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엘리사벳을 할머니와 임종섭 회장이 지켜보고 있다.




올해 77세, 고령에도 일을 놓지 못하는 조규화(프란체스카) 할머니의 일자리가 요즘 들어 간당간당하다. 당뇨 수치가 상당히 높은 데다 최근엔 각막 이상으로 시력도 잃어간다. 오랜 봉제 경력이 있어도 눈이 보이지 않으니, 일을 계속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이야 눈이 희미해도 ‘감으로’ 겨우겨우 모자를 만드는 일을 해낸다. 하지만 산재 발생 우려가 커 일을 못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20년 전 포천으로 일을 다니다가 총알택시에 치이는 바람에 다친 왼쪽 다리는 요즘 들어 더 힘이 없어져 주저앉기 일쑤다. 며칠 전에도 넘어져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염증이 생겼는데 도무지 낫지를 않는다. 지금까지는 봉제업체와의 오랜 인연으로 아르바이트라도 해왔지만, 언제 일자리가 끊길지 모른다.

막 장마철로 접어든 서울 강북구 수유1동 골목길로 들어섰다. 여기저기 허름한 빌라들이 들어서 있고, 그 뒤쪽 언덕배기에 할머니의 보금자리인 42.98㎡ 낡은 빌라가 자리 잡고 있다. 그나마 반지하가 아니라 2층이어서 습기는 덜하지만, 우기여서 집안이 눅눅하다.

일거리가 없으면, 이 눅눅한 공간에서 할머니는 종일 아이들이 오기만 기다린다. 중학교 3학년 엘리사벳과 초등학교 6학년생 데레사, 두 아이가 할머니의 희망이다. 큰 손녀는 집에 오면 진득하게 집에 있는 스타일이라면, 둘째 손녀는 인근 동네 뒷산으로, 성당으로, 친구 집으로 놀러 가느라 집에 붙어있을 새가 없다. 그래도 할머니는 품 안에 아이들이 예쁘기만 하다.

“남편이 위암 수술을 받고 20년을 앓다가 떠났어요. 며느리도 6년 전 급성백혈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고요. 그 충격에 아들도 집을 나가 1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한데, 큰 손녀 엘리사벳마저 지난해부터 심장판막 증세를 보여 안타까워요. 아직 수술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저리도 착한 아이가 그런 증세를 보이는지 속상해요.…”

그렇지만 할머니는 당장 생활고가 더 급하다. 아르바이트로 버는 한 달 수입은 50만 원 남짓. 아들이 있어 국민기초생활 수급 신청은 꿈도 못 꾼다. 수유1동본당 빈첸시오회에서 꾸준히 도움을 받고 있는데, 최근 큰 손녀가 책상과 의자를 받았다. 교구 6지구 빈첸시오회 장학생에도 선발돼 한 달에 10만 원씩 받게 됐다. 또 본당 빈첸시오회에서 아이들에게 과외 봉사자를 붙여준다고 해서 아이들이 공부에 재미를 붙이는 계기가 되길 할머니는 기대한다.

조 할머니는 “두 손녀마저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지 모르겠다”며 “애들만 건강하게 자라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 가톨릭평화신문 2022.07.10발행[1670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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