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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피어나는곳에] 정부 지원 월 40만이 전부, 막대한 빚과 통증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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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댓글 0건 조회 116회 작성일 22-09-2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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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피어나는곳에] 정부 지원 월 40만이 전부, 막대한 빚과 통증만 남아

장애 4급 60대, 얼마 전 허리 수술 수술비로 빚만 1억, 식사도 잘 못해의지할 곳 없고 치료는 꿈도 못 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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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 수술 후 결과를 기다리는 주춘식씨(오른쪽)를 서울 자양동본당 빈첸시오회 임용선씨가 위로하고 있다.




“지독한 가난과 고통 말고는 생각나는게 없네요.”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임대주택. 입에 약을 한 움큼 털어 넣는 주춘식(프란치스코, 65)씨의 얼굴에는 고통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고 장애 4급인 주씨는 얼마 전 허리 수술을 받았다. 주씨는 “어릴 때 지게질을 너무 많이 해서 요추가 기형적으로 휘었다”며 “평생 고통에 시달리며 제대로 걷지도 못했는데, 얼마 전에야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주씨의 수입은 정부에서 받는 월 40만 원이 전부다. 임대주택 전세자금 이자와 월세, 공과금을 내면 남는 게 없다. 점심은 인근 복지관에서 먹고, 아침·저녁은 미숫가루로 때우며 십수 년을 살았다. 병원비로 빌린 돈도 1억 원이 넘는다. 이런 주씨의 사정을 딱히 여긴 인근 미용실 사장이 수술비를 빌려줬다. 살면서 처음으로 느낀 사람의 온기였다.

강원도 산골에서 태어난 주씨의 어린 시절은 너무나 불우했다. 주씨의 어머니는 자식들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음식을 구하러 다니다 다리에 난 상처가 덧나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술로 세월을 보내다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9살 난 주씨와 5살, 3살 난 동생은 큰어머니 집에 맡겨졌다.

종일 지게질을 해야 하는 지옥같은 삶이 펼쳐졌다. 어린 동생들도 다른 집으로 보내져 뿔뿔이 흩어졌다. 주씨는 “머슴처럼 살다 너무 힘들어 12살에 도시로 도망쳤다”며 “성인이 돼서 동생들을 찾으려 이산가족 찾기에 신청했지만 찾을 방법이 없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하고 한글도 떼지 못한 주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막노동이었다. 하지만 지게질로 몸이 망가져 제대로 된 직장도 구하지 못했다. 배운 게 없어 월급도 많이 떼었고, 항의도 못했다. 떠돌이 시절 만난 부인과 아들 하나 낳고 15년을 살았지만, 아내와 아들도 무능력한 가장을 무시하며 주씨를 떠났다. 주씨는 “모든 게 너무 한스러워 수면제도 먹었지만, 질긴 목숨이 끊어지지도 않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생을 포기할 수 없었다. 몇 년 전 인근 성당을 찾아 주님께 매달렸다.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라며 손을 모아 기도했고, “빨리 죽게 해달라” 절규하기도 했다. 기도하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고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으로 주님의 자녀가 됐다. 하지만 지독한 가난과 허리 통증, 극심한 피부병에 시달리다 신경 안정제까지 먹어야 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주씨는 건강이 조금이라도 좋아지면 폐지를 줍던가 경비 일을 하는 게 소망이다. “그리고 동생도 찾고 싶네요. 아직도 잠들기 전 어린 동생들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 가톨릭 평화신문 2022.09.25 발행 [167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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