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평화신문 제1762호, 2024년 05월 26일)[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만성신부전으로 투석 후 직장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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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댓글 0건 조회 151회 작성일 24-05-30 11:35본문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만성신부전으로 투석 후 직장 잃어
입·퇴원 반복하다보니 남은 건 빚뿐
생계 책임진 아내도 수술 필요한 환자
이동규(토마스, 65)씨가 투석용액 주입으로 부풀어 오른 배를 움켜쥐며 힘겹게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눈 주위는 까만 멍이 들었고, 온몸의 피부는 수분이 모두 날아간 듯 바싹 말랐다. 얼굴 곳곳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발진이 무수히 돋았다. 모두 복막투석으로 생긴 ‘이상 징후’다.
이씨는 2016년 통풍이 발병하기 전까지 넉넉하지는 않지만 부족함 없이 가정을 꾸렸다. 40년 넘게 치기공사로 일하며, 직장에서는 인정받고, 본당에서는 쉬는 날도 반납하고 연습에 임하는 열정적인 성가대원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불행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2018년 통풍 치료차 약물과 주사치료를 병행해오던 중 신장 기능이 악화해 만성신부전증을 앓게 된 것이다.
“투석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투석하면 일을 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이를 악물고 2년여를 버텼지만,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이씨의 걱정대로 투석 시작 직후 청춘을 바쳐 일해온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혈압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갑자기 쓰러지는 일이 빈번해진 것이다. 길을 가다가 갑자기 저혈압이 찾아온 탓에 혼절해 응급실 신세를 진 일도 있었다. 요즘은 20분 이상 걷기만 해도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몸 상태가 나빠져 간단한 외출조차 큰 도전이다.
“퇴원하던 날에 식사하다가 혼절해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입·퇴원을 10여 차례 반복하다 보니 모아뒀던 돈도 순식간에 사라지더군요.”
이씨의 건강이 망가지면서 집안 생계는 아내 한춘희(아가페, 63)씨가 책임지고 있다. 그나마도 사제관 청소를 하며 벌어오는 80~100만 원가량이 수입의 전부다. 하지만 한씨 역시 오래전부터 앓아온 퇴행성관절염 탓에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병원은 수술을 권하고 있지만, 1000만 원이 훌쩍 넘는 수술비를 어떻게 감당할지 막막하다. 수술을 받더라도 두 달 이상 일하지 못하고 쉬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남편의 치료를 위해 한 푼이 아까운 상황에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씨는 요즘 편지함 여는 것이 두렵다고 털어놨다. 당장 갚아야 하는 카드빚만 수백만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모두 이씨의 치료비로 사용한 돈이다. 지금까지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연체를 막아왔지만, 그들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일하며 열심히 살아보려고 집에서 할 수 있는 복막투석을 선택한 것인데, 일할 수 없는 건 똑같더군요. 일을 해야 아내도 수술을 받고, 저도 다시 성가대에 나갈 수 있는데⋯. 그저 미안할 뿐입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후견인 : 이연출(타대오, 전 서울대교구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회장)
“이동규 형제님 가정이 주님의 은총으로 채워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형제님 가정은 적은 수입으로 치료비와 생활비를 모두 감당해야해 몹시 어려운 처지입니다. 형제님을 위해 기도와 관심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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