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여지(餘地)에서(20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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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댓글 0건 조회 83회 작성일 20-03-18 09:51본문
화요일은 말씀의 날입니다.
"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요한 8,31-32
여지(餘地)는 어떤 생각이나 일에서의 여유를 말합니다. 남아있는 곳, 땅을 말하기도 합니다. 빈 손, 빈 의자는 들을 수 있고 앉을 수 있습니다. 빈 자리는 채울 수 있습니다.
채워진 곳에는 채울 수 없지만, 빈 곳은 들어갈 수 있고, 채울 수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 '멈춤',제자리에 있으라고 합니다. 그동안 줄곧 사람이 붐비던 곳에 사람들이 매우 적고 오고 가는 사람들이 뜸합니다.
과거에 없었던 일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있던 그 풍경에서, 사람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뿐 만 아니라, 상점, 음식점, 가게, 교회, 은행, 병원, 공공 장소 어디든 그들의 발걸음이 뜸해졌습니다.
바쁘게 일하고 소진하던 일상들이 멈추게 하고 서로를 떨어뜨리게 하고, 서로 바라보게 하고 경계하게 합니다. 경제를 통해서 살아야 하는 작은 소시민들이 특히 어려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좋게, 잘 극복되기를 바랍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전 세계의 모든 분야들이 멈추어가고 있고, 연착륙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모두가 당황하고 있습니다.
줄곧 일하고 활동하고, 분주하게 살았던 일상에서 잠깐의 멈춤으로 하여금, 잘 적응하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신자 생활 자체도 이것이 무엇인가?하고 생각하게 하고, 종교 신심 생활도 깊이 성찰하게 되는 시간입니다.
급작스런 코로나 바이러스 국면에서 그동안 잊고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과 가치, 습관과 생활, 신심과 신자 생활을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더불어 살아온 여정 만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를 생각하는 시간이자 국면입니다.
그야말로, 여지(餘地)의 시간이고, 여분(餘分)의 시간입니다. 물론 고통과 아픔의 시간, 괴롭고 좌절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 여지와 여분의 시간에, 멈춤, 제자리의 시간에서 지난 과거의 번잡한 생활을 식별하고 분별하는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금껏 살아온 나의 여정과 함께 동시에 가족의 여정, 공동체와 사회, 각 나라의 여정이 어떠 했는 지도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모든 환경과 상황에 대해서 미리 대처할 수 있는 시간과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교회와 교회 지도자들과 모든 신자들이 함께 구원과 생명의 교회로서의 길을 새로 모색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멈춤의 시간, 제자리의 시간, 그리고 여지이고, 여분의 시간에 좀 더 나은 나 자신과 공동체의 쇄신을 위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실상 여지, 여분이 있어야 말씀을 영접할 수 있습니다. 소진하고 바쁘고 분주한 삶 속에서, 곧 빈 곳, 빈 틈, 빈 시간을 갖지 않으면 하느님 말씀이 들어올 자리를 잃습니다.
내 마음의 여윳 곳간이 있어야, 그 말씀을 받아들이고, 자리잡을 수 있게 합니다. 그 말씀의 밭에 빈 공간이 있어야 그 말씀을 담을 수 있고, 싹을 티울 수 있습니다.
이런 멈춤, 제자리의 시간과 상황에 그 말씀을 간직하고 담을 수 있는 여윳 공간을 마련하기를 바랍니다. 그런 시간 장소, 그런 자리와 위치를 만들기 바랍니다. 그런 의지와 노력으로 새길을 가기를 바랍니다.
화요일은 말씀의 날입니다.
"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요한 8,31-32
오늘 쉼, 멈춤의 시간을 가지십시오. 그리고 그 말씀의 밭을 준비하십시오. 그 밭에 말씀을 심으십시오. 그리고 작게라도 말씀의 싹을 티우시오. 그 말씀의 꽃을 피우고 작게라도 열매를 맺으십시오.
이재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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