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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말씀-오늘의 묵상

용서, 한올 한올 풀어가는,(202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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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댓글 0건 조회 237회 작성일 20-10-2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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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은 용서의 날입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요한 20,22-23


  수세미 추수를 하였습니다. 수세미가 더 이상 자라지 않습니다. 날씨도 쌀쌀해지고 빛도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물오름도 적어지고 하면서 마르기 시작하고 수세미도 거뭇거뭇합니다. 곧 추수할 때가 되었습니다. 봄부터 늦가을에 도달하면서 그들의 역할을 다했습니다. 그 역할 다함을 생각합니다. 그 역할 다함은 곧 그 속에 '열매'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세미도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천천히 자라면서 결실을 보았습니다.


  생의 마무리에, 마침에 열매 곧 '결실'이 있습니다.

  이 늦어가는 가을에 우리 모두 열매를 보기 바랍니다. 결실를 보기 바랍니다. 모든 자연 생물은 열매를 보고, 결실을 맺습니다. 인간인 우리 한해를 마무리해 가면서 그 열매가 무엇인지 성찰해 보고 내가 거두고 있는 열매의 의미를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용서는 엉켜있는 실타래에서 풀어갈 처음을 찾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많이도 꼬여 있는데, 풀어갈 실마리를 찾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실과 꼬여있는 부분이 서로 엇갈려 있어서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러나 옹쳐진,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반드시 첫 실마리를 찾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 첫 실마리부터 풀어야 풀수 있으니까요? 첫 실마리를 하나하나 풀어가면 전부 풀 수 있으며, 그 실이 쓰이는 모든 용도에 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용서는 첫 실마리를 찾는 것부터입니다. 그리고 한 올 한 올 풀어가는 것입니다. 한 올 한 올 풀다 보면 푸는 속도가 생기고, 더 풀다보면 어느새 완전히 풀게 되어있습니다.

  우리가 나와 너, 우리와 모두의 일을 할 때, 선하고 아름답고 그리고 예수님의 복음의 일을 할 때, 그것이 처음 부터 다 풀려있게 그리고 쓸 수 있게 되어 있지 않습니다.  복음의 밭이 매우 기름지게 되어있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옹쳐있거나, 엉킨 실타래를 풀 마음이 없는 데, 어찌 그것을 풀 수 있을까요? 그런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데 그들에게 풀라고 해서 풀 수가 있을까요? 결국 그것을 내가 풀어야 한다면 그만큼의 나의 수고와 노력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엉킨 실타래를 힘들게 풀어서, 그것을 써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만이, 또 수고를 하는 사람만이 그것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공생활을 시작할 때, 그 기쁜 소식을 전하는 데, 순탄하고 평탄하였나? 앞으로 쭉쭉 나가기만 하였는가? 제관들과 율법교사들, 원로들, 바리사이들, 하물며 갈릴래아 우두머리 헤로데까지 예수님을 죽이려고 한 일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용서는 이런 어려운 난관과 험경이 있어도 하나 하나 한걸음 한걸음 풀어가는 거룩한 일, 선업입니다. 하나하나 풀어가도 그것이 미약하거나, 매우 적어보여도 그것은 용서의 과정이며, 이미 그 자리, 그 한가운데는 용서를 한것입니다.


  용서는 풀어가는 것입니다. 목적을 알고 의지로서 천천히 조금씩 걸어가는, 풀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 가는, 풀어가는 것을 멈추지 않는 한, 온전히 용서가 이루어집니다.  오늘도 나와 너, 우리와 모두의 길에서 묶인 것을 하나 하나, 한올 한올 풀어갑니다. 쉽지 않고 어렵지만, 그 길과 만남을 풀어갑니다. 그것을 멈추지 않는 한, 용서의 축복을 얻습니다. 그 일을 믿습니다.


목요일은 용서의 날입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요한 20,22-23


용서는 묶인 것을 풀어가는 것입니다. 용서의 축복을 알고 있기에, 그 끝이 창대함을 알고 있기에 풀어갑니다.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며 멈추지 않고 기도하며 노력합니다. 그렇게 하여 용서의 축복을 얻습니다.



   이재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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