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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말씀-오늘의 묵상

용서, 쉼의 자리(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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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댓글 0건 조회 23회 작성일 23-05-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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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은 용서의 날입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요한 20,22-23

  쉼이 없을 때, 유여가 없고, 침잠할 수 없으며, 진중함이 없습니다. 쉼을 통해서 편함과 함께 위로하며, 즐거움과 희망을 되찾습니다. 새로운 길과 만남이 이루어지고, 새롭고 아름다운 길을 가게 됩니다.

 

  쉼은 축복입니다. 하느님께서 쉬는 날을 복을 주시고 거룩하게 하셨습니다(창세 2,4).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눌림과 묶임에서 해방시키고 치유하고 자유를 주신 뒤에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외딴 곳으로 가시어 쉬시며 기도하셨습니다(마르  1,35). 나병 환자를 치유하시고, 당신이 널리 알려지시게 되자 외딴 곳에 가서 머무르셨습니다(마르 1,45). 예수님은 여러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고 나서 쉼을 시간을 갖도록 하였습니다(마르 6,31). 예수님은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가셨습니다(루카 5,12).

 

  우리는 '쉼'의 시간과 자리에 마음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쉼은 아무 조건도 어떤 이유도 두지 말고 쉬어야 합니다. 물론 쉬면서 무엇인가? 무슨 일을 생각하고 구상할 수 있습니다. 쉼을 어떤 일이나 계획을 위하여 쉼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쉼'은 쉼 자체로서 그대로 머물게 해야 합니다. 쉼에서 무슨 일이나 생각이나 무슨 계획이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 자신을 내어놓는 것. 그런 쉼이 필요합니다. 쉼 다음에는 일과 계획, 만남과 관계가 이어지기 때문에 쉼은 그대로 쉼이 되어야 합니다.

 

  쉼에서 우리의 마음을 스스로 기도하고 있고, 생각은 스스로 흐르고 있습니다. 쉼에서 스스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쉼은 물이 위해서 아래로 흘러가듯, 그대로 흘러 가도록 하는 것이 쉼입니다. 흘러가면서 적시고 깨끗해지고, 젖어들어가고 흡족해집니다.

쉼에 대한 시간, 자리를 만들기 바랍니다. 쉼의 자리와 시간을 마련하기 위한 의지가 꼭 필요합니다. 피곤하고 불편하고 여건이나 조건도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쉼은 무엇보다도 의지적으로 마련해야 하고, 마련 한 다음에는 물이 흐르듯, 흘러가듯 그 흐름에 맡기는 것. 그런 쉼의 열매를 낼 수 있습니다.

 

  용서의 길에 다가서는 것은 그 쉼을 기꺼이 마련하는 의지와 용기에서 입니다. 내가 수용하고 받아들일 수 없을 때, 나의 화와 분노, 회한과 아픔, 고통과 절망이 있을 때, 용서의 길로 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쉼의 자리를 마련할 때, 그 쉼에서 내 안의 영을 스스로 걸어가시고, 흐르시며, 이끌어 가심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쉼에서 길을 알고 깨달음을 알고 참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쉼을 어려워하는 이들이여! 쉼을 갖지 못하는 이들이여! 쉼의 자리와 시간을 마련하십시오. 그 자리를 기꺼이 가지십시오. 쉼에서 거룩함과 복됨과 축복을 얻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그 쉼에서 말씀하시고 그 안에서 그분께서 역사하심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목요일은 용서의 날입니다. 용서에 앞서 '쉼'을 이루십시오. 구체적인 시간과 자리를 가지기 바랍니다.

  주님, 용서의 길을 가기 위한 쉼의 자리와 시간을 갖게 하소서. 만남 가운데서 일과 과제 가운데서도 그 '쉼'을 생각하고 구체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의지의 자리를 마련하소서.



이재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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