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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말씀-오늘의 묵상

진리의 길. 비움에서(202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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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댓글 0건 조회 21회 작성일 23-12-0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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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은 길 진리 생명의 날입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요한 14,6

 

  낙엽이 잎들이 모두 떨어졌습니다. 비가오고 바람이 불면서 남아있던 잎들까지 그렇게 되었습니다. 벗은 나무들, 나목(裸木)이 되면 줄기와 가지를 볼 수 있습니다. 여름에 풍성했던 나무,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들까지 모두를 떨어뜨리면서 나무의 줄기와 가지를 여실히 볼 수 있습니다. 아름다움과 풍성함보다는 나무의 모습 그 자체를 보게 됩니다. 굽어진 기둥, 뻗은 가지, 잘라진 가지, 새 가지, 옛 가지를 모두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새들이 지었던 둥지도 볼 수 있고, 그들이 떠나서 무너져가는 둥지도 볼 수 있습니다.

 

  아름다움과 풍성함 다음의 나목에서 실제의 나무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모두 벗은 나무라고 해서 그 생명과 생명력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겨울에도 북풍의 차가운 바람에서도 그들은 생장하고 있고 자라고 있습니다. 

  떨어뜨릴 때, 벗음에서 그 진면목을 보게 됩니다. 풍성하고 아름다울 때 우리는 그 찬란함과 경이를 경험하지만, 이렇게 비우고 벗고 그리고 떨어뜨릴 때 있는, 그 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없음'에서 '있음'이 되었고, '있음'에서 '없음'이 됩니다. 생의 여정이 그렇습니다. 우리의 생명까지도 그것이 '없음'소멸되고 사라지고, 언젠가 하느님 앞에서 다시 '있음'이 됩니다.

 

  참됨의 앎은 '없음'을 알 때입니다. '떨어짐, 벗음'에서 그것, 참됨이 드러납니다. 우리는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돌아가고, 그러나 하느님 앞에서만은 모든 것을 넘치도록 받습니다. 그분 앞에서만 '있음'이 있습니다.

 

  대림절은 기도, 회개, 자선, 곧 하느님과 이웃 앞에서 '선'을 행하는 때입니다. 그 선함으로 오시는 그리스도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주님을 향하여 가는 길목에서, 곧 참을 위해서는 비우고 나목과 같은 벗음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참모습을 보고 그분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잎과 단풍이 있을 때, 그 찬란함과 아름다움과 경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나목에서 자신이 몰골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그 모습이 내 모습이며, 나의 여정을 분명하게 보는 것입니다. 또한 자신이 참모습에서 참 깨달음을 갖습니다.

 

  우리는 허울, 허면, 허양, 허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나의 본래의 몰골을 볼 수 있다면, 비움의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비록 내가 북풍의 차디찬 계절을 맞는 나무들과 같지만, 그순간도 자라고 성장하고 있는 것이며, 그 참됨에서 주님을 바르게 만날 수 있습니다.

 

  금요일은 길 진리 생명의 날입니다. 주님의 진리 생명의 길을 묵상합니다. 가진 것이 있으나 가지지 못함이 있습니다. 아름답고 풍성하나 잎떨어진 나무의 몰골이 있습니다. 그 몰골이 또한 나의 모습입니다. 주님 앞에서 참의 길을 찾습니다.

 

  주님, 오늘도 나의 허물과 부족, 부끄러움과 나약함에서 참됨을 보게하시고, 그 안에서 당신의 길을 바르게 걷게 하소서. 

 


 이재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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